지난달부터 부산진구 일대 들개 출현, 개 물림 사고도
부산 진구 일대가 ‘야생화된 들개 출몰에 주의하라’는 안내 문자에 발칵 뒤집혔다. 한달 가까이 포획에 실패한 지방자치단체 등은 들개의 주요 이동 경로로 추정되는 화지산 인근에서 포획하겠다는 ‘작전’을 세워둔 상태다.
부산진구청은 22일 오전 11시11분쯤 지역 주민들에게 ‘안전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진구청은 안내 문자에서 “부산시민공원 북카페에서 남문 일대 야생화된 들개가 출몰하고 있다”며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부산시민공원 방문 시 유의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적었다.
진구청의 안내 문자는 부산시설공단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공단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23분쯤 공원 내 문화예술촌와 녹지대 일대에서 반려견 한 마리가 해당 들개에 물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첫 사고가 아니었다. 지난 3일엔 반려견과 산책을 하던 한 청년이 들개에 얼굴을 물린 사고를 당했다. 당시 청년은 반려견의 간식을 뺏어 먹으려던 유기견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물림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단에 따르면 문제의 개는 지난해 12월 중순 부산시민공원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시바견과 진돗개 사이의 중형견 크기에 황갈색 털과 검은색 얼굴이 특징이다. 공단은 성별 미상에 믹스견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부산진구청은 공원 내 대형 포획 틀과 원형 포획 틀을 한 대씩 설치한 뒤 부산 소방과 포획에 나섰으나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포획 시도가 여러 차례 무산되다 보니 유기견이 소방관의 ‘주황색 옷’만 보면 달아나는 상황이라고 한다. 공단 관계자는 “시민들이 유기견에게 다가가 만지고 음식을 주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배가 고프지 않아서 포획 틀에 들어가지 않는 데다, 사람 손을 타서 개도 눈치가 보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전 안내 문자를 받은 시민들은 ‘야생화된 들개’ 문자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해당 문자를 받은 황모(19)씨는 22일 국민일보에 “강아지를 좋아하지만 ‘들개’라는 말이 생소해서 더 놀랐다”며 “야생화한 들개라고 하더라도 포획한 뒤 윤리적인 방향으로 해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산진구청 관계자는 “산속에서 자랐거나, 유기된 뒤 산속으로 들어간 개를 통상 ‘들개’라고 지칭한다”며 “인근 화지산에서 내려온 걸로 추정해 대형 그물망을 설치해 토끼몰이 방식으로 포획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