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앉아서도 쉽게 혈당을 낮추는 방법이 있다. 바로 ‘가자미근’을 단련하는 것이다. 가자미근은 종아리 윗부분에서 발목까지 이어지는 근육을 말한다. 주로 서 있거나 걸을 때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한다. 가자미근 운동은 간단한데, 뒤꿈치를 들었다 올리는 게 끝이다. 특별한 움직임이 없이 이 동작만으로 혈당이 떨어진다는 게 믿기지 않을 수도 있다. 가자미근 운동과 혈당의 관계를 알아본다.
꾸준히 했더니 평균 혈당 수치 확 내려가
가자미근 운동과 혈당의 관계를 알아본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휴스턴대 마크 해밀턴 교수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포도당 음료를 섭취하게 한 뒤 270분 동안 가자미근 운동을 시켰다. 가자미근 운동법은 다음과 같다.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종아리와 바닥의 각도를 90도로 만든다 뒤꿈치만 빠르게 올려서 가자미근을 수축시키고 편하게 내려놓는다. 뒤꿈치를 들었을 때 발바닥과 바닥의 각도는 30도가 적당하며, 1세트당 20회씩 반복한다.
연구팀은 혈액검사, 근육 생체검사 등도 함께 진행했다. 운동을 마치고 180분이 지난 시점에서 참가자들의 평균 혈당 수치는 처음과 비교했을 때 52%, 인슐린 요구량은 6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가자들은 270분간 세트 간 간격을 4분 이상으로 두지 않았고, 피로나 관절 손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가자미근 운동이 외부로부터 공급되는 혈중 포도당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했다.
글리코겐 의존도 낮아, 장시간 운동 가능
어떤 원리로 혈당이 내려간 것일까? 가자미근 운동은 글리코겐 대신 외부로부터 공급되는 혈중 포도당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글리코겐은 간과 근육에 저장된 포도당인데, 근육 운동을 할 때 지방보다 더 빠르게, 많이 소모된다. 근육 운동을 장시간 지속할 수 없는 이유도 체내에 저장할 수 있는 글리코겐의 양이 적어서다.
다른 근육 운동과 달리 가자미근 운동은 글리코겐 의존도가 낮다. 호흡에 큰 지장도 없어 산소 공급이 잘 된다. 글리코겐 없이도 장시간 운동을 지속할 수 있다. 운동을 하면 할수록 혈중 포도당인 혈당 수치는 자연스레 떨어지게 된다. 가자미근 운동의 효능을 연구한 해밀턴 교수 역시 “혈당 조절을 목적으로 한다면 운동, 체중 감량, 간헐적 단식보다 가자미근 운동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효과적인 혈당 조절법일 뿐… 운동 대체해선 안 돼
가자미근 운동이 아무리 혈당을 낮추는 데 좋아도, 맹신은 금물이다. 앉거나, 다리만 움직일 수 있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운동 정도로 생각하는 게 좋다. 가자미근 운동에만 의존한 체 다른 운동을 등한시했다간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심폐능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근육들을 고르게 사용하고 발달시켜야 한다. 가자미근 운동은 앉은 자세에서도 할 수 있는 효과적인 혈당 조절 방법이지, 운동의 대안이 아니다.
이채리 기자 lc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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